[박혜성 칼럼] 인간관계의 시작과 유지, 구맹주산(狗猛酒酸)
[박혜성 칼럼] 인간관계의 시작과 유지, 구맹주산(狗猛酒酸)
  • 박혜성
  • 승인 2019.07.0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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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나 가게, 병원이 잘 되기도 하고, 잘 안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좋고 어떤 사람은 인기가 없고, 연애를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혼술이나 혼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왜 그럴까?

잘 되는 가게는 다 같이 2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식당이라면 일단 음식이 맛있고, 병원이라면 일단 진료를 잘 하는 것이다. 즉 본업에 충실해야 잘 된다. 이것은 기본중에 기본이다.

둘째, 사람의 태도나 마인드, 접근성이다. 사람이 친절하고 따뜻하고 배려를 하면 그 가게는 잘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 가게는 망해서 사라진다. 가게든 인간관계든 이 두가지 법칙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에 내 가게가 잘 되지 않는다면, 내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면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말고 나의 내부에서 이 두 가지를 반드시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중국 ‘고사성어’에 구맹주산 狗猛酒酸이라는 말이 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식초처럼 시어진다.’ 라는 말이다. 한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고, 군주가 위협을 당하며 어질고 정치를 잘 하는 선비가 기용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비자(韓非子)는 한 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 그가 만든 술을 먹은 사람은 모두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모든 마을어른들이 이 술을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해서 술을 만들어서 팔기로 했다. 그는 손님들에게도 공손히 대접했으며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열고 보니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 않아서 술이 시어서 버리게 생겼다. 그 이유를 몰라서, 걱정하던 그는 마을 어른에게 물어 보기로 했다. 마을 어른 양천을 찾아갔더니 그가 질문을 했다.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런데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린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주로 술심부름을 어린아이들이 하지 않나! 어느 날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자네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다네. 어린 아이들은 자네 집에서 술을 사오라고 얘기를 들었지만, 자네 개가 사나워서 자네 집에서 술을 사지 않고, 다른 집에서 술을 사는 것이라네. 술이 맛이 있어도 술을 마시는 사람과 술을 사러 가는 사람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술이 안 팔리고 만들어 놓은 술의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라네! 구맹주산 狗猛酒酸이지!"

그는 술이 팔리지 않은 원인을 마을 어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원인을 제거했다. 그리고 나서 술이 잘 팔렸다고 한다.

21세기 마케팅에 구맹주산 狗猛酒酸을 대입해 보자. 고객들이 처음 어떤 가게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첫 인상을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라고 말한다. 첫 인상은 가게 매출에 아주 중요하다. 첫 인상이 안 좋았을 경우 그것을 교정하는데 3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만큼 첫 응대를 하는 접수나 reception은 아주 중요하다. 아무리 술 맛이 좋고, 그 대표의 철학이 훌륭하고 진료를 잘 하고, 음식이 맛이 있어도 첫 인상이 좋지 않으면 구매까지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구맹주산 狗猛酒酸.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어진 신하가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께 아뢰고자 해도 조정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떡 버티고 있으면 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이다.

이것을 남녀관계에 대입해 보자. 어떤 여자와 남자가 사귀거나, 혹은 결혼해서 같이 살 때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그 사람이 너무 사납거나 첫 인상이 무섭다면 진입이 어렵거나 어찌어찌 결혼했더라도 유지가 어렵다. 내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혹은 내가 누군가와 관계가 잘 유지가 안 된다면 구맹주산(狗猛酒酸)에서 나오는 사나운 개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일이다.

어떤 기업에도 이것이 해당되지만 고객에게도 이것이 똑같이 적용이 된다.
요즘 ‘black comsumer’라는 용어가 있다. 구맹주산(狗猛酒酸)에서 나오는 사나운 개처럼 행동하는 고객이다. 계속 딴지걸고 불만을 몇 시간씩, 혹은 반복적으로 하는 고객이다. 그 사람이 불만을 얘기해서 속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그 기업에서는 그 고객을 피하고 싶어한다. 당장은 문제해결은 하겠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인간관계는 상호보완적이다. 그리고 사나운 개처럼 무섭게 행동하는 관계는 오래갈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관계가 남녀관계일 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관계일 수도 있고, 수요자와 공급자 관계일 수도 있다.

개가 너무 사나워서 술이 식초처럼 시어져서 안 팔리듯이, 결국 인간관계도 시어져서 안 팔리는 술처럼 그렇게 아무도 안 찾게 될 것이다.

부부사이 문제로 상담을 오는 여성분들이 많다. 일도 잘 하고 그동안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이 많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강박적이고 단호하고 너무 꼼꼼하고 ‘나를 신뢰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 만난 의사를 어떻게 금방 신뢰하겠는가? 하지만 이미 인터넷 검색을 하고 왔고, 그리고 수술 후기도 여러 번 듣고 왔고, 다른 병원에도 상담을 여러 차례 해서 이미 검증을 끝내고 왔고, 수술도 그렇게 신중하게 결정했는데도, 수술 후에도 계속 의심하고 따지는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남녀관계, 인간관계, 가족관계도 그런 식이라면 구맹주산 狗猛酒酸이 될까 걱정이다. 사나운 개처럼 날을 세운 태도보다는 부드러운 태도가 사업 면에서, 인간관계면에서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박혜성 프로필>

- 의학박사(산부인과 전문의)
- 국립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 수료
-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불임전임의 수료
- 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www.hsclinic.net)
- 현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정보통신 이사(2017~)
- 현 여성성의학회 정보통신 이사(2017~)
- 현 여성 불감증연구회 회장(2006~)
- 현 네이버 '지식인' 의료상담 의사(2008~)
- 현 (사)행복한 性 이사장(2011~)
- 법무부장관상 수상(2018. 12.19)
 - '오르가즘의 과학' 공동 번역
- 사랑의 기술(경향출판사) 출간
- 팟빵 '고수들의 성아카데미' 200만 팔로우
- 주요 언론 다수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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